서진에게 있어 이 저택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그가 평생을 바쳐 추구해 온 질서의 결정체였다. 모든 벽면의 각도는 정확히 90도를 유지했고, 복도를 따라 배치된 조명등의 간격은 소수점 아래까지 일치했다. 그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집안을 순회하며 자신의 제국이 여전히 완벽한지 점검했다. 손끝으로 가구의 모서리를 훑고, 시선으로 바닥의 타일 선을 따라가며 그는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에게 있어 1mm의 오차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체계의 붕괴이자 참을 수 없는 소음과 같았다. 그는 자를 들고 거실의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벽에 걸린 액자들이 정확히 중앙선을 기준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지 확인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만 서진은 비로소 깊은 숨을 내쉴 수 있었고, 그 정교한 조화 속에서 평온한 일상을 영위했다.
그의 강박은 타인에게는 유난스러워 보였겠지만, 서진에게는 이것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는 외부 세계의 무질서와 혼돈을 혐오했다. 길거리의 제멋대로 뻗은 가로수나 비뚤어지게 세워진 간판들을 볼 때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선을 그어 교정하곤 했다. 하지만 이 집 안에서만큼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절대적인 통제권이 그에게 있었다. 서진은 매일 밤 잠들기 전, 집안의 모든 물건이 설계도면 그대로의 위치에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의식을 치렀다. 대칭의 완벽함이 주는 정적은 그 어떤 음악보다 감미로웠고, 그는 그 고요함 속에서 자신이 설계한 세계의 신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어느 날 오후, 서진은 평소와 다름없이 서재로 들어섰다. 서재는 그가 가장 아끼는 공간이자, 가장 엄격하게 관리하는 장소였다. 거실에는 대칭을 확인하기 위한 전신거울이 있었지만, 이곳 서재만큼은 빛의 반사로 인한 시각적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거울을 단 하나도 두지 않았다. 오로지 책과 도면, 그리고 무거운 원목 책상만이 정해진 좌표에 놓여 있어야 했다. 서진은 책상 위에 놓인 만년필의 각도를 맞추기 위해 손을 뻗다가 문득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시선이 책상의 끝단과 벽면의 경계선에 닿는 순간, 그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책상이 아주 미세하게 왼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서진은 즉시 정밀 측정자를 꺼내 책상과 벽 사이의 거리를 잰다. 결과는 참혹했다. 책상은 원래 있어야 할 위치보다 정확히 2mm 왼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 작은 틈새가 서진의 눈에는 거대한 균열처럼 보였다. 불쾌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 집에서 물건이 스스로 움직일 리는 없었다. 외부인의 침입 흔적도 없었고, 집안에는 오직 그 혼자뿐이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밀어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한번 인식된 불균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책상이 다시 움직이지는 않는지, 혹은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 본 것은 아닌지 집요하게 응시했다.
서진은 책상을 원래 위치로 옮긴 후에도 가슴속에 남은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서재의 다른 물건들도 하나하나 점검하기 시작했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의 높낮이가 일정한지, 스탠드 조명의 각도가 정확한지 살폈다. 다행히 다른 것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의심했다. 2mm라는 수치는 단순한 착각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구체적이었다. 그는 책상 상판 위에 놓인 메모지와 잉크병의 위치까지 다시 확인하며, 혹시라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가구가 조금이라도 이동했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쳤다. 그는 마치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며 서재 구석구석을 훑었다.
그는 다시 한번 자를 대고 책상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제는 정확히 일치했다. 하지만 안도감보다는 의구심이 더 컸다. 그는 설계도를 머릿속으로 복기하며 서재의 구조를 다시 그려보았다. 모든 선과 면이 맞물려 돌아가는 완벽한 기하학적 구조. 그 구조 속에서 단 하나의 가구가 위치를 바꿨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진은 책상 위에 손을 얹고 차가운 나무의 질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이 공간이 정말로 자신의 통제 하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어떤 변수가 개입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날 이후, 서진의 일상은 미세한 균열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집안의 모든 공간을 더 자주, 더 정밀하게 확인했다. 거실의 카펫 끝단이 벽면과 평행한지, 식탁 위의 컵들이 정확한 간격으로 놓여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평온하고 정교한 대칭의 집이었지만, 서진의 내면에서는 작은 불안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그는 가끔 복도를 걷다가 어떤 지점에서 공간이 아주 약간 늘어나거나 줄어든 것 같은 묘한 감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것은 착각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한 물리적 위화감이었다.
그는 가구들을 원래 위치로 옮겨 놓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의구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다. 집안의 구조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그를 괴롭혔다. 벽지의 무늬가 미세하게 어긋나 있거나, 문틀의 각도가 아주 약간 기울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그는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꼈다. 자신이 설계한 완벽한 세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뒤틀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공포였다. 서진은 이제 거울 없는 서재의 책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과연 이 집의 주인은 정말로 자신뿐인 것일까. 그는 이제 자신의 집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진은 강박적으로 집안을 돌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설계도와 실제 공간이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일치해야만 안식을 느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집안의 공기는 끈적하고 기묘하게 변해 있었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명함 지갑의 각도가 평소보다 약간 오른쪽으로 틀어져 있었고, 주방 선반의 찻잔 손잡이는 모두 왼쪽을 향해 있었다. 서진은 숨을 들이켜며 찻잔들을 하나하나 다시 정렬했다. 그는 분명 어제 모든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맞춰 두었다. 손끝이 떨렸다. 단순히 기억의 착오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배치가 너무나 정교하게 '반대'였다. 그는 자신이 옮기지 않은 물건들이 마치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거울에 비친 것처럼 대칭을 이루며 뒤집혀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집안 곳곳을 샅샅이 살폈다. 서재의 책꽂이에 꽂힌 책들의 등표지가 미세하게 바뀌어 있었고, 현관에 놓인 구두의 방향이 서로 엇갈려 있었다. 서진은 가구들의 위치를 다시 맞추고 물건들을 원래의 방향으로 돌려놓았지만, 그럴 때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자신의 노력을 비웃는 것 같았다. 어느새 그는 집안의 모든 물건을 확인하는 것에 집착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은 점차 거대한 공포로 변해갔다. 누군가 자신의 완벽한 세계를 조금씩, 하지만 아주 치밀하게 훼손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상은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어느 날 저녁, 서진은 침실로 향하던 중 복도 끝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분명히 보았다. 복도 모퉁이를 돌아 빠르게 사라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서진과 똑같은 체격이었고, 심지어 그가 지금 입고 있는 것과 동일한 짙은 회색의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서진은 얼어붙은 채 잠시 숨을 멈췄다가, 이내 비명을 지르듯 외치며 그 방향으로 달려갔다.
"거기 누구야! 누구냐고!"
그의 목소리가 텅 빈 복도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가 모퉁이를 돌았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복도는 정적 속에 잠겨 있었고, 바닥의 대리석 타일만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서진은 벽에 등을 기대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본 것은 환각이었을까. 하지만 그 형체가 남긴 잔상은 너무나 선명했다. 그것은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삶을 그대로 복제한, 그러나 어딘가 뒤틀린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집이라는 가장 안전한 요새 안에서 정체 모를 침입자의 존재를 실감했다.
그는 다시 한번 복도를 살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반대편 벽 너머에서 누군가 자신을 똑같이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보이지 않는 시선이 그의 뒷덜미를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공포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서진은 이제 집안의 가구를 옮기는 일을 포기했다. 어차피 자신이 오른쪽으로 옮겨 놓으면, 다음 날 그것은 반드시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너의 대칭은 틀렸다'고 말하는 듯한 무언가의 의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거울이 없는 집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 집에 거울이 있었다면, 그는 아마 거울 속의 자신이 자신과 다른 방향으로 손을 흔드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서재에 틀어박혀 설계도를 다시 검토했다. 자신이 설계한 이 집은 완벽한 대칭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 그가 느끼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기괴한 괴리감이었다. 공간의 중심축이 미세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벽의 두께가 변한 것 같기도 했고, 천장의 높이가 아주 조금 낮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는 자를 들고 벽면의 길이를 잰 뒤 경악했다. 수치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의 부피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공간의 좌표를 반전시켜, 자신이 알던 집의 '반대편'으로 그를 밀어 넣고 있는 것 같았다.
서진은 책상 위에 놓인 연필이 스스로 아주 천천히 굴러가 반대 방향을 향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이 집이 더 이상 자신의 설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서서히 변형되며 그를 압박해 오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서진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그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집안의 모든 방향을 경계했다. 적막함 속에서 아주 작은 소리조차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그때, 복도 끝에서 다시 한번 '그것'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적이고 단호한 발소리. 서진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것이 이번에는 숨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신성한 공간을 침범했다는 분노, 그리고 그 침입자가 자신과 너무나 닮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근원적인 공포였다. 완벽한 대칭을 추구했던 그의 강박이 역설적으로 그를 가장 끔찍한 비대칭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집의 구조가 사실은 거대한 함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제발, 그만해..."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렸지만, 발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가깝게 다가왔다. 서진은 이제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공간을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가짜인지조차 혼란스러워졌다.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그 자리를 대신하려 한다는 확신이 들자, 극심한 공포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는 이제 자신의 집이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괴물처럼 보였다. 그는 구석으로 몸을 웅크린 채, 다가오는 정체 모를 형체를 향해 떨리는 눈빛을 보냈다.
구석에 웅크린 서진의 호흡이 거칠게 몰아쳤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내뿜는 서늘한 기운이 피부를 파고들었고, 그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고요한 집안을 울리는 거대한 북소리처럼 들렸다. 공포에 질려 몸을 떨던 그는 문득, 이 모든 혼란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본능에 휩싸였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집의 설계 도면으로 다가갔다. 정교하게 그어진 직선과 완벽한 수치들, 그가 자신의 신념을 담아 설계한 이 집의 청사진은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진실의 기록이었다. 서진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도면 위의 거실과 복도, 그리고 각 방의 배치를 훑어 내렸다.
처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는 도면과 실제 공간을 대조하기 시작했다. 소파의 위치, 스탠드 조명의 각도, 그리고 벽면에 걸린 액자의 높이까지. 그는 숨을 멈춘 채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크게 확장되었다. 도면상에서 오른쪽 끝에 위치해야 할 작은 협탁이, 지금 그의 시야에서는 왼쪽 끝에 놓여 있었다. 단순히 물건이 옮겨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 도면 전체를 거울에 비춘 것처럼, 모든 가구와 구조가 정교하게 좌우가 반전되어 배치되어 있었다. 서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현실이 복제된 것이 아니라, 현실 자체가 뒤집히고 있었다. 그는 전율하며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이 공간은 그가 설계한 원래의 집이 아니라, 서서히 반전되어 가고 있는 기괴한 복제물이라는 사실을.
소름 끼치는 깨달음은 곧 확신으로 변했다. 서진은 도면 위에 손을 올린 채, 자신이 느꼈던 그 위화감의 정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보았던 자신의 형체, 물건들이 조금씩 반대 방향으로 놓이던 현상, 그리고 방금 전까지 자신을 압박하던 그 정체 모를 존재감. 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집안의 대칭이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반대편의 세계'가 이쪽의 세계를 잠식하며 밀고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상상했다. 보이지 않는 거울 너머에서, 자신과 똑같은 외형을 가졌지만 모든 행동과 성향이 정반대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 존재는 서진이 오른손을 뻗을 때 왼손을 뻗고, 서진이 앞으로 걸을 때 뒤로 물러나며, 이 집의 완벽한 대칭을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그 존재는 단순히 공간을 침범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서진은 그 존재가 자신의 정체성마저 앗아가려 한다는 섬뜩한 확신에 사로잡혔다. 대칭이 무너진다는 것은 곧 기준점이 사라진다는 뜻이었고, 기준점이 사라진 공간에서 누가 진짜 주인인지를 가릴 방법은 없었다. 반전된 세계의 존재가 완전히 이곳으로 넘어오는 순간, 원래의 서진은 반대편의 허상으로 밀려나 영원히 갇히게 될 터였다. "내 집이야... 여긴 내 공간이라고!" 서진은 허공을 향해 비명을 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기괴하게 뒤틀려 되돌아오는 메아리뿐이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적과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상대는 치밀했고,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서진의 삶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공포는 어느덧 지독한 강박으로 바뀌었다. 서진은 더 이상 구석에 웅크려 떨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대칭의 붕괴는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소멸을 의미했다. 그는 이 미친듯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밀어내려는 그 존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유일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이 집의 모든 것을 다시 '완벽한 대칭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반전된 가구들을 원래의 위치로 옮기고, 뒤틀린 각도를 바로잡아 공간의 질서를 회복한다면, 침범해 들어온 가짜 존재는 다시 거울 너머의 세계로 튕겨 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광기에 가까운 집중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왼쪽에 놓여 있던 협탁을 거칠게 끌어당겨 도면상의 원래 위치인 오른쪽으로 옮겼다. 육중한 가구가 바닥을 긁으며 내는 날카로운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다음 물건을 찾아 나섰다. 거실의 소품 하나, 주방의 식기 하나까지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어야만 했다. 서진의 눈에는 이제 가구들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자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성벽처럼 보였다. 그는 땀방울이 눈에 들어가 시야가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것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그의 전신을 지배했다. 그는 이 집의 모든 요소를 완벽한 대칭의 상태로 복구함으로써, 침입자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그것만이 이 기괴한 침식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서진은 짐승처럼 헐떡이며 무거운 소파를 밀어냈다.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음이 고요한 집안을 갈기갈기 찢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도면상의 정확한 좌표만이 각인되어 있었다. 왼쪽 벽에서 정확히 120센티미터, 천장의 몰딩 라인과 평행하게. 그는 자를 대고 잰 듯이 가구를 배치했고, 작은 협탁과 스탠드 조명마저 원래 있어야 할 대칭의 지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손끝이 떨리고 호흡이 가빴지만,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마다 가슴 속을 짓누르던 불안감이 조금씩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제 이 집의 주권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믿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서진의 집착은 더욱 정교해졌다. 그는 식탁 위에 놓인 컵의 손잡이 방향까지 확인하며 강박적으로 위치를 수정했다. 거실의 카펫 끝자락이 아주 미세하게 틀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소름 끼치는 전율이 일어, 무릎을 꿇고 기어 다니며 그것을 완벽한 수평으로 맞추었다. 땀으로 젖은 셔츠가 등에 달라붙어 불쾌했지만, 공간이 다시금 완벽한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오는 쾌감이 육체적 고통을 압도했다. 그는 마치 거대한 퍼즐 조각을 맞추듯 집안의 모든 요소를 재배치하며, 보이지 않는 침입자가 남긴 흔적을 지워나갔다. 마침내 마지막 의자를 제자리에 놓았을 때, 서진은 비로소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가 설계한 원래의 모습 그대로,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는 완전한 대칭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폭풍 같은 작업이 끝나고 정적이 찾아왔다. 서진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자신이 완성한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모든 가구가 좌우 대칭을 이루며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집안은 다시금 정갈한 평화를 되찾은 듯 보였다. 그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젖은 얼굴을 훔쳤다. 이제 더 이상 반대편 세계의 존재가 자신을 밀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문득, 거실 한구석에 놓인 작은 장식장 위의 시계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시계의 바늘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무언가 결정적으로 잘못되어 있었다.
그는 홀린 듯 시계 앞으로 다가갔다. 숫자의 배열이 이상했다. 12시 방향의 숫자가 미세하게 뒤집혀 있었고, 시계 바늘은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역행하며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황급히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손목시계의 시간은 정상이었지만, 집안의 모든 고정된 것들이 조금씩 비틀려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 걸린 액자의 각도, 창틀의 미세한 틈새, 심지어는 바닥 타일의 무늬까지. 그는 깨달았다. 가구들의 위치를 완벽하게 대칭으로 되돌려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간 자체가 이미 뒤집혀 있다는 사실을. 그는 가구를 옮긴 것이 아니라, 반전된 세계의 구조에 맞춰 가구들을 재배치한 것에 불과했다. 그는 원래의 현실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가짜 세계의 법칙에 완벽하게 순응하게 된 셈이었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냉기가 흘러내렸다.
절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서진은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이 자신이 설계한 그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곳은 현실의 정교한 복제품이자, 좌우가 뒤바뀐 거울 속의 세계였다. 그는 어느 순간 경계가 허물어진 틈을 타 이 반전된 공간으로 밀려 들어왔고, 정작 진짜 자신은 반대편의 현실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끔찍한 가설에 도달했다.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그는 본능적으로 거실의 커다란 전신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거울 속에는 자신이 방금 전까지 가구들을 옮기느라 엉망이 된 모습 그대로의 서진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거울 속의 서진은 그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하지 않았다. 현실의 서진이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칠 때, 거울 속의 그는 미동도 없이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거울 속의 존재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차갑고 오만한 시선으로 '가짜'가 된 서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반사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짜 서진이었고, 이제는 이 세계의 주인이 된 자의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거울 너머의 진짜 서진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마치 '이제 네 자리는 여기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서진은 거울 표면에 손을 뻗었지만, 손끝에 닿은 것은 차가운 유리벽이 아니라 결코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세계의 경계였다. 그는 그렇게 완벽한 대칭의 감옥 속에 갇혀, 자신을 바라보는 진짜 자신과 마주했다.